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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식 칼럼] 당신의 고향은 안녕하십니까

기사승인 2019.02.07  13: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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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은 인구감소 대비 압축도시로 재생해야

   
▲ 홀몸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공동생활 경로당. 어르신들이 겨우내 함께 먹고 자면서 삼시 세끼 건강식단과 경로당 프로그램에 따라 끼니걱정과 외로움을 떨쳐내고 있다./KBS 9시뉴스 화면 캡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본래 이 말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당시 식민지였던 미국의 독립을 위해 영국과의 싸움을 앞두고 주민 결속을 다지려고 “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를 외친 데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을 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이것을 차용하여 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말을 상기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 군소도시들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뭉쳐야 존폐의 기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서둘러 지역 내 거점도시를 육성하고 행정단위를 통합해 광역화해야 한다. 과소화 마을을 없애고 편의시설과 커뮤니티를 한 데 모아야 한다. 사진 속의 홀몸 어르신들이 모여 살면서 편익을 늘려가는 것처럼 지방 도시들도 흩어진 인구와 도시 기능을 한 데 모아 사람이 다시 몰려오도록 도시를 재편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구 감소 흐름에 맞서 농촌도시를 살리려면 외곽 개발을 멈추고 도시 중심에 인구를 모으는 압축 전략을 써야 한다. 열악한 지방 재정을 도울 대안으로 일본처럼 우리도 ‘고향세’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금 농어촌에서는 마을 규모가 급격히 줄어드는 20가구 미만의 과소화 마을이 급증하고 있다. 이농(離農)현상에다가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쳐 마을 주민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상당수 농어촌 마을은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 데 마을을 지키는 고령 세대마저 세상을 뜨면 마을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될 게 자명하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유입 인구가 없으면 마을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신들의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2018’보고서를 통해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통계포탈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활용해 2013~2018년 전국 228개 시군구(기초자치단체)와 3463개 읍면동의 소멸위험지수를 계산했는데, 같은 기간 중 소멸위험 시군구는 75개에서 89개(39.0%)로, 소멸위험 읍면동은 1229개에서 1503개(43.4%)로 각각 증가했다. 지난 5년 새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오히려 더 나빠진 것이다. 소멸위험지수는 가임여성(20~39세) 인구수를 해당지역 고령인구(65세 이상)로 나눈 것으로 그 값이 0.5이하이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이는 일본학자 마스다 히로야가 젊은 여성인구의 수도권 유출이 지방소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처음 개념화한 지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멸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는 경북 의성, 전남 고흥, 경북 군위, 경남 합천·남해, 경북 청송·영양·청도·봉화·영덕, 전남 신안·보성 순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2이하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소멸 위험지역(0.2~0.5)으로 경남 산청·의령, 전남 함평, 충남 서천, 충북 괴산, 충남 청양, 전남 진도, 전북 임실, 충북 보은, 경남 하동·함양, 전남 곡성, 전북 무주. 충남 부여, 전북 장수·진안, 전남 구례·장흥, 전북 고창, 인천 강화, 전남 강진·완도, 전북 부안·순창, 충북 단양, 경북 상주·성주, 전남 해남, 충남 금산, 경북 예천, 경남 고성, 경북 고령, 충남 태안, 강원 양양, 전북 김제, 경남 창녕, 충북 영동, 강원 영월, 경북 문경, 충북 옥천, 전남 담양, 강원 횡성, 전남 장성, 강원 평창·고성·정선, 전남 영광, 경북 울진·영천, 경남 거창·밀양, 인천 웅진, 전북 남원, 전남 영암 순이다. 이밖에 다수의 시군구들도 소멸위험 명단에 올랐다. 앞으로 30년 안에 이들 가운데 상당수 지명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인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지방소멸 위기를 말하면 표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지역개발에 욕심을 부린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인 1995년 지방선거 이후 24년 동안 지방자치는 발전을 거듭하여 지방분권시대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고 지자체들이 모두 원하는 것이라지만, 일부 학자들은 지역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를 그냥 두고 지방분권을 서두르면 오히려 지방소멸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방분권이 지역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앞뒤 순서가 뒤바뀐 모순된 것이다. 지방분권은 오히려 지역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보고서 내용대로 경쟁력 없는 지방도시 명단은 ‘살생부’가 될 뿐이다.

이제 설 연휴 민족대이동이 마무리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기간 중 하루 700만 명, 전국 곳곳에서 모두 4895만 명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국민이 이 기간 중 자가용이든 대중교통이든 구분 없이 어느 한 곳 이상을 다녀간 셈이다. 오랜 만에 한 데 모여 나라 안팎은 물론, 지역 현안과 소소한 가정 일상사까지 얘기를 주고받았을 터다. 단연 고향 얘기는 어느 곳에서나 빠지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설 민심이 크게 움직이는 주목되는 때다.

많은 이들은 고향이 예전만 못해 다소 섭섭했을 것이다.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가 진작 사라져 활력이 없고, 동네 슈퍼도 문 닫아 오순도순 모여 떠들던 평상에는 먼지만 수북하게 쌓여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지 이미 오래다. 낡고 허름한 버스정류장과 마을 어귀부터 적막감이 감돈다. 고향을 찾아도 반겨주는 사람이 적다 보니 귀성을 하더라도 설 연휴 고향에 머무는 날은 하루 이틀정도 뿐이다. 어느덧 고향은 옛 정취 간데없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나의 고향이 예전 기억대로 생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신의 고향은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하식(언론인) wealthcare@naver.com

송하식 wealthca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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